"고미술서 현대 회화까지…35점 최초 공개"
LA카운티미술관(LACMA)에서 오는 25일부터 공개하는 체스터 장 박사의 기증품 ‘한국의 보물들’ 전시회에 이중섭, 박수근 등 한국의 거장들이 그린 한국전쟁 전후의 모습과 북한의 풍경화까지 한국에서도 보기 드문 작품들이 처음으로 공개된다. 20일 LACMA가 본지를 단독으로 초청해 공개한 전시회에서는 고려 시대 제작된 물병, 조선 시대 왕실에 주로 있던 16면체 꽃병, 불화 등 희귀 작품들이 전시된다. 또한 왕실 도화서 소속 화원이었던 이형록의 낙인이 찍힌 책거리, 퇴계 이황의 ‘성학십도’, 금강산과 한반도를 닮은 빼어난 수석까지 망라되어 있다. 이번 전시회를 직접 기획한 스티븐 리틀 큐레이터이자 아시아(중국·한국·동남아, 남아시아) 미술관장은 “이번 전시회에는 체스터 장 박사의 1차 기증품 중 최고의 작품들을 선별해 전시했다”며 “관람객들이 한국 미술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문화와 역사까지 골고루 맛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리틀 관장과의 일문일답. -이번 전시회에 나온 작품들의 기준은. “처음으로 한인 커뮤니티와 남가주에 공개하는 전시회인 만큼 체스터 장 박사의 1차 기증품 중 최고의 작품 35점을 골랐다. 거의 모든 작품이 미국에서 처음으로 공개되는 것이라 한인 커뮤니티뿐만 아니라 일반 관람객들에게도 한국의 멋과 아름다움, 역사와 문화를 볼 수 있도록 기획했다.” -종류가 굉장히 다양하다. “붓과 먹을 사용한 전통 한국화부터 유화, 도자기, 병풍, 수석까지 다양하게 전시했다. 관람객들에게 마치 레스토랑에서 코스 요리를 먹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하고 싶었다. 한 분야의 작품이 한꺼번에 너무 많이 전시되면 처음 보는 이들은 아무런 감흥이 생기지 않게 된다. 또는 부담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이번 전시회를 통해 다양한 한국 작품들을 감상한 관람객들이 다음 코스(전시회)를 기다리는 설렘을 가졌으면 한다.” -이번에 공개된 작품은 언제 기증받은 것인가. “지난 2021년 10월 체스터 장 박사가 기증 의사를 밝힌 후 처음 받은 130여점 중에서 고른 것이다. LACMA는 해마다 접수할 수 있는 기증품 수가 제한돼 있다. 특히 수장고 공간이 굉장히 협소해 한꺼번에 보관할 수 없는 상태다. LACMA에서 받은 장 박사 부자의 컬렉션은 미술관 역사상 가장 큰 한국 미술품 기증이다. 이 때문에 매년 장 박사의 기증품을 제한적으로 접수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 기증품에 대한 목록은 모두 완료됐으며 이는 곧 도록으로 발간될 것이다. 도록은 온라인으로 먼저 공개할 예정이다. 추후 기금모금 등을 통해 충분한 예산이 확보된다면 책으로도 발간될 것이다.” -아직도 작품 기증 절차가 진행되고 있나. “그렇다. 앞서 설명했듯이 수장고 공간이 협소한데 이를 보관할 장소를 빌리는 비용도 비싸 쉽지 않다. 하지만 새 건물이 완공되면 이러한 고민은 없어질 것이다. 또 이번에 전시 작품 중 일부는 전시회가 끝난 후 복원절차를 위해 한국에 보내질 것이다. 또한 일부 작품은 당시 사용했던 캠퍼스나 물감 원료 등을 조사하는 작업도 진행할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LACMA 새 미술관이 완공되면 또 다른 체스터 장 컬렉션 전시회를 기획해 진행할 것이다. 이 외에도 LACMA의 버지니아 문 큐레이터가 준비하는 모던 디자인을 보여주는 특별전도 기획하고 있다. 기대해달라.” (LACMA에 따르면 올 하반기에 공사가 완료될 예정이나 정식 개관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한인 커뮤니티에 전할 메시지는. “LA에 거주하는 모든 한인이 꼭 방문해서 보길 바란다. 1세들에게는 모국의 그리움을, 2~3세들에게는 한국 고유의 예술과 문화를 만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이 기회를 통해 한국 문화를 제대로 모르는 남가주 주민들과 전 세계에서LACMA를 방문하는 여행객들에게도 한국의 아름다움이 널리 퍼지길 기대한다.” ▶LACMA 주소: 5905 Wilshire Blvd. Los Angeles, CA 90036 ▶체스터 장 박사는 남가주 한인 커뮤니티의 올드타이머이자 사회공헌 활동가로, 지난 2021년 10월 본인과 아들 캐머런 장 박사(전문의)가 소장한 1000여점의 한국 고미술품을 LACMA에 기증했다. 〈본지 2021년 10월 14일자 A-1면〉 LACMA는 그 후 지금까지 장 박사의 자택에 보관됐던 기증품들을 수장고로 옮기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장연화 기자고미술 회화 한국 미술품 한국 작품들 이번 전시회